- 등록일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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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리딩방을 통한 투자 사기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으면서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수익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불법 리딩방 사기 범죄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피해자와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관계 당국과 국회가 ‘리딩방 불법행위 특별단속반’을 가동하고 리딩방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황이지만 불법 리딩방을 근절하고 피해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국회 안팎에서는 불법 리딩방으로 연결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스팸 문자’ 근절 방안과 사기 범죄에 사용된 은행 계좌를 지급 정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올해 2분기 리딩방 사기 신고 건수 20.8% 증가, 추정 피해액 1788억원
국민동의청원도 등장 “피해자들만 하루하루 피가 말라” 대책 마련 촉구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리딩방 사기 신고 건수는 전 분기보다 20.8% 증가한 215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피해 추정액은 4.9% 늘어난 1788억원에 달했다.
‘불법 리딩방’ 사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금융감독원은 작년 ‘리딩방 불법행위 특별단속반’을 설치해 불법 행위를 적발하는 등 대응해왔다.
또 올해 1월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리딩방 규제도 강화됐다. 오는 14일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 사실상 정식 등록된 투자자문업자 외에 유사투자자문업자는 SNS·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양방향 채널을 통해 유료 회원제로 영업하는 주식 리딩방을 운영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최근 불법 리딩방의 수법이 날로 교묘해 지고 있어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불법 리딩방 범죄는 국내외 유명 투자 전문가나 유명인을 사칭하는 경우도 빈번하고 해외에 본거지를 두고 있어 단속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범죄 수익이 사기 범죄자들에게 가는 통로를 차단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응책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법률방송에서 불법 리딩방 사기와 관련해 “국내에 일부 조직이 있고 나머지 조직은 대체적으로 캄보디아나 라오스, 필리핀 이런 나라에 상선들이 거주하면서 범행하는 경우들이 많다”며 “범인들이 범죄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출구 자체가 없다는 판단이 들면 이런 범죄를 하지 않을 것인데 우리나라는 대포통장을 만들기 너무 쉽게 돼 있고, 대포통장을 이용해서 자금 흐름이 이어져도 이런 흐름에 대해서 모니터링이 잘 안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불법 리딩방 사기에 관한 근본적 대책을 촉구하는 청원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최근에도 ‘불법 리딩방 사기’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와 오는 24일까지 동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청원인 김모씨는 “범인을 잡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빨라야 3개월에서 6개월, 길면 2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범인들이 돈을 다 빼돌리고 도망 가고도 남을 시간일 텐데 피해자들만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애가 탄다”며 “더 이상 약자들이 사기꾼들의 유혹에 넘어가 피해를 입지 않길 바란다”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최근에는 불법 리딩방 피해자 구제를 위해 사기에 사용된 은행 계좌를 지급 정지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 “리딩방 사기 사용된 은행계좌 지급 정지, 법적 근거 마련해야”
“스팸 문자 링크 가짜 투자 리딩방으로 연결, 당장 근절돼야”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이스피싱과 같은 전기통신금융사기 이용 계좌로 의심되는 경우 은행이 피해자와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의 계좌 지급 정지 요청을 받아들여 범죄 의심 계좌를 지급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 리딩방 사기에 사용된 은행 계좌를 지급 정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범죄자들이 범죄 수익을 빼돌려 사실상 피해자 구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이에 21대 국회에서도 불법 리딩방 사기에 사용된 은행 계좌를 지급 정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됐다. 하지만 법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관련 법은 정무위원회에 3년 넘게 표류하다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 개원 후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에 이어 관련 내용을 명시한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하지만 지난 6월10일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지금까지 정무위 논의는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민 의원은 법안에 금융회사가 자사의 거래계좌 중 유사수신 거래로 추정할만한 사유가 있는 계좌에 대해 지급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명시했다.
민 의원은 “법안은 불법 리딩방 사기 피해 사전 예방과 신속 구제를 위한 것”이라며 “현행법에 주식리딩방 등 유사수신행위로 인한 범죄수익에 대한 지급 정지 규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기관에서 해당 금융사기범죄 수사를 진행하더라도 범죄수익에 대한 지급 정지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범죄자들이 남아 있는 범죄수익을 빼돌리면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사후 구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스팸 문자’를 통해 온갖 종류의 불법 리딩방이 성행 중인 것에 대해서도 실효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해 6월 스팸 신고 건수는 2796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대비 40.6%(808만건) 증가한 수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지난 6월1일부터 ‘대량문자전송사업자 전송자격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송자격인증제는 인터넷망을 이용해 대량의 문자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자재판매사업자가 서비스를 시작하기 이전에 문자중계사업자로부터 전송자격인증을 받아야만 광고성 문자를 발송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진보당 신하섭 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스팸 문자에 덧붙여진 링크는 가짜 투자 리딩방에 연결되며 이는 주식 청약 등을 빌미로 한 사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당장 근절돼야 한다”며 “‘전송자격인증제’는 대부분의 피싱 사기가 해외를 근거지로 이뤄지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